나이를 먹을수록 잠이 줄어든다고 하는데 난 여전히 8시간을 채우지 않으면 낮 시간 내내 비몽사몽이다. 예전에 교육 사업을 할 때는 밤 늦게 까지 일하고 오전 10시쯤에 출근 했었다. 아침 잠이 많은 나에게는 나쁘지 않은 스케줄이다. 저녁에도 일만 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내 몸에 최적화된 루틴이기도 했다.
아침 잠이 많지만 여행을 할 때는 일 분 일 초가 아쉽다 보니 아침에 일찍 깨려고 노력한다. 그렇다고 5시나 6시에 일어난다는 얘기는 아니다. 최소 조식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부지런해진다는 말.
내가 이스탄불에서 묵고 있는 숙소는 ‘알바트로스 호텔’이며 조금만 걸어 내려오면 바닷가에 닿을 수 있다고 지난 번 포스팅에서 예기한 바 있다. 한동안 바다를 제대로 구경하지 못했기 때문에 조식을 먹기 전에 둘러보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아침 일찍 나오니 기분이 좋다. 안전한 침대 밖을 나오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아침 공기는 참 상쾌하다.
호텔을 나와 바닷가를 가기 위해 골목길을 걸었다.
길을 건너기 위해서 신호등 앞에 섰다. 버튼을 누르는 방식인지 뭔지 헷갈려서 설명을 보려는 찰나 외국인 여행자 3명이 와서 버튼을 마구마구 눌렀다.
‘아, 눌러야 하나 보군.’
그런데 위 이미지의 그림에 설명되어 있는 것처럼 dokunmayınız는 누르지 말라는 뜻이다. 나중에 여친한테 물어보니 그냥 손을 위에 갖다 대면 인식을 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버튼을 누르는 방식의 신호등도 있으니 구분해서 사용해야겠다.
길을 건너서 바닷가 쪽으로 향하니 공원이 하나 나온다. Ahırkapı Parkı(아흐르카프 공원)라는 곳이며 바닷가 근처에 있다보니 낮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것으로 보인다. 아침 일찍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여기 저기 뒹구는 것이 조금 아쉬워 보인다. 전반적으로는 위치도 좋고 평화로운 느낌을 주는 장소다.
공원을 지나면 바닷가가 나온다. 이스탄불의 강태공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등대를 왼쪽에 두고 좌우로 산책로가 뻗어 있어서 아침 산책하는 곳으로 매우 좋다. 특히 우측 산책로에는 벤치가 놓여 있어서 커피 한잔 갖고 나오면 로컬 느낌이 날 수 있을 듯 하다. 바로 근처에 문을 연 카페가 없다는 것이 약간 아쉬운 정도.
간만에 바닷가에 혼자 걸어 나와 사색에 잠겨보니 마냥 좋다. 앞으로 인생의 방향에 대해서 짧게 생각해 보게 되고 며칠 후에 뵐 여친의 부모님에 대한 생각도 해본다. 이 시간에 나와 낚시를 하는 터키 아재들의 여유에 내심 부러움을 느껴 보기도 한다.
간헐적 ‘아침형 인간’으로서 시원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주변을 걷다 보니 정신이 매우 맑아진다. 뭔가 새로운 비지니스 아이디어도 떠오르는 것 같기도 하고. 터키에 있는 동안 계속 아침형 인간 코스프레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여친 사무실에서 치킨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했다. 단 돈 3천원 짜리 샌드위치이지만 훌륭한 맛에 양도 푸짐하다. 곁들여 주는 고추냉이가 한국 사람 입맛에도 안성맞춤. 터키의 장점 중에 하나는 음식 값이 저렴하다는 것이며 한국 여행자들에게는 행복한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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