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더(I am mother) – 넷플릭스(NETFLIX)
- 개봉연도 : 2019년
- 감독 : 그랜트스푸토레
- 출연 : 클라라 루고르, 르즈 번, 힐러리 스왱크, 루크 호커
- 배급사 : 넷플릭스
재미는 없지만 흥미롭고 긴장감은 없지만 많은 궁금증을 자아내는 작품
로봇이 아이를 품에 안고 따뜻한 불을 비추는 이미지. 영화는 포스터에서부터 궁금증을 자아낸다.
‘인간보다 엄마로서의 기능이 다소 제한된 로봇이 겪는 좌충우돌 육아일기일까?’ 아니면 ‘미래사회에서는 인공지능이 상당히 발달되어 오히려 사람보다 나은 – 훨씬 더 이성적이며 실수 없는- 육아를 할 것이라는 예측인가?’ 로봇에 관한 영화는 많지만 이 영화는 ‘엄마’라는 역할의 로봇과 ‘아이’라는 역할의 인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대부분 작은 우주선의 내부처럼 보이는 실내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이 스토리는 한정적인 장소에 캐릭터들을 몰아넣어, 시청자에게 인물들의 행동과 대화에서 다른 모든 것을 추론해야 하는 부담을 넘겨준다. 그래서 궁금증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배경
영화는 인류가 멸종한 뒤 ‘인류의 재부활’이라는 사명을 가진 로봇과 그로 인해 태어난 아이와의 이야기를 그린다. 어떻게 인류가 멸종했는지 영화는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지 않다. 로봇과 아이가 머무는 안식처 밖의 세상은 생명체에 아주 위험한 곳이다. 로봇엄마의 보살핌으로 10대가 된 주인공은 안식처 밖의 세상이 너무나도 궁금하고, 평화롭던 안식처는 불청객의 등장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로봇과 아기
태어나자마자 다른 인간을 접하지 못하고 로봇의 손에서만 커야 하는 아기는 도대체 어떤 식으로 인간의 이성적인 부분을 발달시킬까?
어려서부터 늑대와 자란 아이가 늑대와 비슷한 습성을 보이는 것처럼 로봇과 자란 아이도 로봇의 생활양식을 배우려고 할 텐데 ‘나의 마더(I am mother)’에서는 다행히도 엄마인 로봇은 인간의 행동 양식을 그대로 가르친다. 심지어 청소년이 된 자식인 딸에게 인간이 만들어낸 철학을 가르치며 로봇이 세운 ‘우수한 인간’이라는 기준에 맞추려고 아주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한다.
따라서 인간을 접하지 못했지만 로봇을 통해서 인간에 관해서 공부한 주인공에게서 ‘내가 인간인지 혹은 로봇인지’에 대한 정체성에 관한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는다. 오히려 딸을 위해서 인간의 농담을 최대한 흉내내려는 ‘엄마’의 노력은 다소 아이러니하게 보인다.
신이 되려는 로봇과 그를 창조한 인간
유발하라리는 본인의 저서 ‘호모데우스’에서 인간은 생명공학과 인공지능의 발달로 신이 되려고 한다고 말한다. 카탈로그에서 자신의 아이를 선택하는 맞춤아기가 생겨나고 인공지능을 지닌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신할 미래에서 인간은 더욱 논쟁의 여지가 많은 문제들과 마주치게 될 것이다.
영화 ‘나의 마더(I am mother)’에서 ‘엄마’는 새로운 인류(하지만 인간의 인간성은 그대로 유지되고 지적, 신체적 우위를 가진 결국 ‘인간’)를 만들어내기 위한 전지구적 임무를 갖고 있다. 로봇이 인간의 번식을 통제하는 신의 역할을 하며 약자인 인간은 로봇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는 세상을 그린다.
하지만 DNA를 조작한다든지 기계장치로 특정 장기의 기능을 강화시킨다든지 등의 첨단공학기술을 적용하지 않고, 단순히 수천 개의 배아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여 일정 기간 양육을 하면서 그 인간이 특정 기준에 맞지 않으면 없애버리는 ‘스파르타식’의 관리방식은 이해하기 힘들다.
도대체 이 로봇의 알고리즘을 지배하는 자 누구인가? 그리고 왜 로봇은 인류를 새롭게 만들고 싶어하는가?
로봇의 거짓말 혹은 엄마의 거짓말
“좋은 대학 가면 너도 예쁜 여자친구 만날 수 있어.”
인간은 선의의 거짓말을 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로봇엄마도 예상치 못한 ‘외부인’의 등장으로 거짓말을 하기 시작한다. 자식을 위하는 선의의 거짓말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인류의 질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거짓말을 한다. 자식을 위한 로봇엄마의 거짓말은 점점 인간의 파멸과 창조의 권한을 가진 권위적인 로봇의 거짓말로 변해간다.
모성애가 없는 로봇엄마의 사랑은 실체가 없을뿐더러 배터리가 다 닳은 인형과 다를 바 없이 허무하다.
인류는 로봇엄마에게 과연 어떤 존재인가?
로봇엄마는 로봇엄마의 몸에도 존재하고 바깥 세상의 전투로봇에도 존재하는 유비쿼터스적인 존재이다. 전 인류를 파괴할 수도 창조할 수도 있는 전지전능한 존재이다.
왜 하필 거의 멸종된 인간을 다시 만들어내려고 하는 걸까? 고도로 발달된 지능을 가진 로봇은 그들을 처음에 만들어낸 인간을 다시 창조함으로써 계급의 우위를 잔인하게 증명하려는 것일까? 로봇엄마가 만들어내려는 우수한 인간들이 번식을 하고 세력을 키우면 그 이후에는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우수한 인간이 모여서 로봇에 대항한다면?
어쩌면 그것이 로봇의 한계일 수도 있다. 100% 이성적인 로봇이 감정적인 동물인 인간을 100% 이해한다는 것이 불가능할 테니까.
사명을 버린 로봇엄마는 갑자기 휴먼이 되었나?
우여곡절 끝에 로봇엄마는 똑똑한 인간인 ‘딸’이 인간의 방식대로 인류를 재건하게끔 놔두고 지켜보는데, 만약 딸이 만들어내는 인간이 로봇의 기준에 맞지 않는다면 그것을 중간중간 간섭을 할 예정인가? 아니면 인간의 일은 인간이 해결해야한다는 심오한 결론을 내린 것일까? 그래도 내가 십수 년 키운 딸이라며 프로그램 상 ‘주석처리’를 한 것일까? 왜 초반의 사명을 버리게 되었을까? 아니면 그것이 궁극적으로는 인류를 재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인가?
영화는 이 모든 것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으며 그 이후의 스토리도 다루지 않고 수많은 물음표를 남긴 채 끝난다. 영화가 끝나자마자 찰진 욕이 나오지만, 감상 후 하루 이틀 영화를 곱씹는 내내 여러 가지 근원적인 질문을 하게 되는 특이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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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lan
한국제목인 ‘나의 마더’와 영문 제목인 ‘i am mother’ 참 다른 시각에서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Neonomadj
한 쪽은 딸의 입장에서, 다른 한 쪽은 로봇엄마의 입장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