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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앤들리스 트렌치(The endless trench) – 프랑코 시대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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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3

더 앤들리스 트렌치(The endless trench) – 프랑코 시대의 비극

감독 – 아이토르 아레기(Aitor Arregi) / 욘 가라뇨(Jon Garano) / 호세 마리 고에나가(Jose Mari Goenaga)

주연 – 안토니오 데 라 토르레(Antonio de la Torre) / 벨린 쿠에스타(Belen Cuesta) / 빈센트 베가라(Vicente Vergara)


스페인 내전

1936년 7월 17일부터 1939년 4월 1일까지 벌어졌던 스페인 내전. 사회주의 노선이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극심한 좌우 대립이 시작되었고, 끝내 내전이 발발하여 스페인은 당대 모든 주류 사상들의 전쟁터가 되어 버렸다. 우리나라가 공산주의와 민주주의 대립으로 6.25 전쟁이라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었듯 스페인 사람들도 내전으로 서로에게 총을 겨눈 아픔이 있다. 

‘더 앤들리스 트렌치’라는 영화는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당시에 공공연하게 벌어진 참상 중에서 집안에 숨어서 살던 사람들에 대해서 조명한다. 당시에 내전을 일으킨 반란군(파시즘)이 사회주의 세력이 장악했던 공화파와 관련된 사람들의 숙청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소위 ‘빨갱이’로 몰려 죽거나 감옥에 갇히는 일이 빈번했는데 이를 피하고자 집안의 좁안 공간에 숨어사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아래 내용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재단사를 하는 시의원

주인공인 히지니오는 스페인 동남쪽 안달루시아에 위치한 도시의 재단사이자 시의원이다. 전쟁이 발발하자 히지니오와 같은 인물들은 쉽사리 처단할 대상으로 올라가게 된다. 군인들이 들이닥치고 히지니오는 부엌 선반 밑에 숨게된다. 이렇게 3년을 살아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채 말이다. 

선반 밑에 숨어있는 주인공, 나무를 닫으면 보이지 않는다

좁디 좁은 공간에 숨은 히지니오는 완전히 본인이 숨길 수 있는 곳을 찾아 집을 나서지만 이내 붙잡히고 만다. 호송하는 도중에 용케 살아남아 집으로 돌아와 다시 선반 밑으로 들어간다. 지속적으로 군인이 찾아오고 히지니오는 아내인 로사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는 어둠 속에 나약한 존재가 된다. 


강한 아내, 로사 

오, 로사 로사 로사. 왜 그녀의 남편은 하필 시의원을 했을까. 멀리 떠나 목숨을 부지해보려는 남편을 설득해서 집안에 숨어 살 것을 제안한다. 나간다 해도 목숨을 부지 하리라는 보장도 없지만, 이런 시국이야말로 가족이 함께 해야되지 않겠는가. 오늘 내일 파리 목숨처럼 죽을지도 모르는 그런 시국 말이다. 

강한 아내, 로사(Rosa)

전쟁은 끝났지만

3년이란 세월이 흘러 전쟁이 끝났지만 히지니오의 살아남기 위한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인간이란 참 희안한 존재이다. 3년을 찬장 밑에서 생활하다보니 요령도 생기고 무엇보다 좀 더 나은 살림살이를 찾게 된다. 아버지 집으로 피난을 가면서 좀 더 넓은 공간을 확보하게 된다. 여전히 어두침침한 곳에서 바퀴벌레 같은 생활을 해야하는 건 똑같지만 침대도 활용할 수 있고, 집안을 여기저기 훔쳐 볼 수 있는 환경도 생겼다. 

새로운 공간을 얻은 주인공, 행복하니?

주인공이 이런 식으로 얼마나 사는 줄 아는가? 자그마치 30년이다. 영화 소개에서 주인공이 전쟁으로 좁은 공간에 33년을 숨어 지냈다고 하길래 오타인 줄 알았다. 내전에서 승리한 ‘프랑코’의 통치가 시작되면서 공화파(기존 정부) 관련자를 대대적으로 숙청했기 때문에 영화의 주인공 히지니오는 전쟁이 끝나도 나올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프랑코가 좀 오래 살았는가? 

이 오랜 세월 동안 아내인 로사는 마음이 병들어간다. 금방 끝날 줄 알았던 남편의 곰팡이 같은 생활이 33년이나 이어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더군다나 그 시절 남편 잃은 아내에게 사회는 녹록치 않다. 추근덕거리는 남정네부터, 본인의 아비와 어미의 상처를 이해하기에는 너무도 다른 시대를 사는 자식까지. 

영화는 전쟁이 가져다주는 인간성의 말살과 그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 일부의 모습을 확대하여 보여줌으로써 고립이 가져다 주는 심리적인 영향과 인간 관계, 독재 사회의 모습 등을 그들의 눈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히지니오와 로사의 집

마을 집들의 외벽은 모두 흰색이다. 영화는 초반과 끝에만 하얀 집들을 보여주고 대부분은 히지니오의 좁고 어두운 생활공간과 그 어둠으로부터 바라보는 세상을 보여준다. 스페인 내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집안에 숨어지냈던 사람들을 ‘곰팡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몸을 어둠에 맡기고 살아남기 위해 가족에만 의지해야만 하는 인생. 

나라면 33년 동안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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