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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드라마 ‘카지노’의 배경 앙헬레스는 어떤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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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7
카지노 시즌2 메인 이미지

뒤늦게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인 ‘카지노’를 보니 옛날 생각이 난다. 극 중 최무식이 활약하는 아길레스 시티는 필자가 예전에 일하던 사무실이 있던 곳이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는 아길레스로 나오지만 실제 지명은 앙헬레스(Angeles). 천사들의 도시.

어떤 사람은 영어식으로 앤젤레스(LA의 로스앤젤레스처럼)라고 부르는 것도 봤지만, 스페인식 발음인 앙헬레스(Ángeles)로 부르는 것이 맞다.

앙헬레스는 팜팡가(Pampanga)주에 속한 도시로 과거에는 미국 클락 공군 기지가 있었던 곳이다. 마닐라에서는 고속도로를 타고 빠르면 2시간, 길이 막히면 3시간 정도 걸린다. 출발하는 마닐라에서 차가 막히면 정답이 없다.

1991년 피나투보 화산 폭발로 클락과 앙헬레스 일대가 화산재로 뒤덮인 적이 있었다. 당시 어린 아이였던 우리 사무실 여직원은 그 당시 하늘이 연기로 뒤덮여 “온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며 부모님이 갖고 있던 2층 집이 날아갔다고 그 일을 회상했다.

현재 피나투보 화산은 걸어서 가든지, 특수 차량을 이용하든지, 경비행기를 통해서 돌아볼 수 있다.

피나투보 화산 – 지금은 관광지

이 당시 화산 폭발로 클락 공군 기지 시설도 크게 파손되었다. 그 때가 정치적으로는 필리핀 내 미군 부대의 철수 여론이 지지를 받는 시기였고(마르코스 독재 체제의 붕괴 이후), 공군 시설 투자금도 꽤 부담이 되던 미국은 결국 1992년에 공군 기지의 철수를 결정하게 된다.

공군기지로 사용되던 시절의 클락(1989년) / SSgt. Val Gempis, USAF @wikipedia

당시 주둔 비용을 미국이 감당하고 있었고 앙헬레스 시티를 통한 고용 창출 효과나 지역 상권 발달에 기여하는 등 주둔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가 컸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는 미 공군의 철수에 대한 경제적 불안이 있었다고 한다. 유흥가로 유명한 ‘워킹 스트리트’의 수많은 술집들도 그 당시 미군들을 위한 접대 시설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공군 철수 이후에는 주둔 지역이 경제 특구로 전환된다.

처음 가본 사람은 클락이 앙헬레스에 속하는 곳인지 헷갈리기 마련이다. 클락 지역은 앙헬레스 일부, 마발라캇 일부, 딸락 일부, 포락의 일부로 여러 행정 구역에 꽤 넓은 지역에 분포되어 있다. 행정구역으로 클락이 속한 범위로는 딸락 지역이 더 넓지만 개발되지 않은 토지가 많다.

그리고 앙헬레스쪽에서 진입하는 차량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대개 클락은 앙헬레스에 가깝다고 인식되어 있다.

최근 몇 년간 진행 중인 뉴 클락 시티(New Clark City)프로젝트는 이 지역의 위상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꼽히고 있다. 포스코와 같은 우리나라 건설사도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클락을 필리핀의 싱가폴로 만들겠다는 얘기는 수차례 한 바 있다.

클락, 앙헬레스 일대는 일반 관광지로서는 정말 볼 것 없는 곳이지만 골프와 도박 그리고 유흥을 즐기기 좋은 곳이라서 클락행 항공기를 타보면 골프치러 가는 아재들이 매우 많다.

수요가 많으니 클락 내에는 고급 호텔이 많다. 참고로 극 중 차무식이 운영하는 카지노 호텔은 ‘미도리’ 호텔이다. 분위기가 괜찮아서 나도 가끔 커피 타임을 즐기던 곳이다.

카지노가 여러 곳에 있고, 외국인으로서 입장하기가 쉽다 보니까 필리핀에는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도박에 중독된 한국인들이 많다. 갑자기 예전 신정환씨의 뎅기열 해프닝이 생각난다. 😅

미도리 호텔

보통 클락 내에서는 큰 사고가 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클락 내부 치안이 클락 바깥 쪽 앙헬레스 시내의 치안보다 훨씬 괜찮기 때문이다. 흔히 얘기하는 유흥가나 한인타운은 클락 경제 특구의 바깥 쪽에 위치하고 있다.

앙헬레스에는 드라마 ‘카지노’에 등장할 것 같은 질이 좋지 않아 보이는 한인들이 가끔 보인다. 잠깐 왔다가는 관광객은 특별히 만날 기회가 없는 부류이다. 이들 중 한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쳐온 인사들이 현지에서 먹고 살려고 다양한 사업을 하면서 같은 한국인들끼리 서부 영화를 찍는 경우가 생긴다.

필자가 클락에서 일을 할 때에는 매년 6 ~7명의 한인들이 살인 사건으로 죽어 나갔다. 사건이 자주 발생하면서 드라마에서 나왔던 것처럼 코리안데스크가 생기고 한인타운에는 여러 대의 CCTV가 설치되었다. 이 무렵 ‘필리핀에서는 몇 십만원만 주면 킬러를 고용할 수 있다’는 ‘카더라’식의 소문이 많았다.

보통 한인과 관련한 강력사건은 한인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익주’씨 사건처럼 필리핀 경찰이 연루된 사건은 교민 사회에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별의별 에피소드가 많은 곳이라서 예전부터 영화나 드라마 소재로 만들면 괜찮다는 말이 많은 곳이었는데 결국에 디즈니가 이 일을 해냈다. 드라마에서는 특정 지역이나 장소, 인물 등을 특정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사실상 그 지역의 사회상이 잘 고증되어 있다.

최무식 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 경호원을 데리고 다니지 않는 점은 현실과 좀 동떨어지겠지만, 온갖 얘기를 다 들어봤던 내 입장에서는 ‘카지노’라는 드라마가 앙헬레스 지역에 파견되는 주재원들이 꼭 봐야 할 필수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엄밀히 얘기하면 드라마는 앙헬레스 진면모의 순화된 버전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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