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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 여행

코로나 락다운과 함께하는 연말과 필리핀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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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9

필리핀에 매달 출장을 다니던 시절에는 매월 초에 해결해야 할 사안들이 많았기에 보통 월말에 필리핀에 입국을 했었다. 그러다 보니 연말이 되면 12월 29일이나 30일 항공기를 이용하곤 했다. 가장 큰 이유는 1월 1일, 2일, 3일 보다 이 기간이 통상 항공료가 가장 저렴했기 때문이다. 사업을 하면서 한 푼이 아쉬운 마당에 때로는 수 십 만원 차이가 나는 항공료는 부담이 컸었다. 다행스럽게 저가 항공사인 진에어를 이용하면 인천 – 클락행 항공기는 상당히 저렴했었다. (‘진에어’에 바친 돈이 많아서 차라리 진에어 주식을 살까 했었다. 뭔가 오너 마인드를 가지려는…ㅋㅋ)

연말에 필리핀에 들어가면 어딜 쉽게 돌아다니지도 못한다. 안 그래도 치안이 좋지 않은 곳인데 연말 연시 돈이 필요한 범죄자들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새로 산 핸드폰을 소매치기 당한 것도 2017년 연말이었다. 더군다나 직원들도 연말에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따로 직원들을 불러내 밥을 먹자고 하기도 어렵다.

주로 지내던 호텔에서 바라본 풍경

그래서 12월 31일과 1월 1일에는 호텔 식당에서 주문한 피자를 들고 방안에 앉아 넷플릭스를 봤다. 12월 31일에는 저녁부터 시작되는 불꽃놀이에 새벽 2시경 까지도 잠을 청하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보통 호텔 8, 9층에서 머물렀기 때문에 도시 전역에서 벌어지는 화려한 불꽃놀이를 구경하기에는 좋았다. 그런데 구경도 잠깐이지 새벽까지 시끄럽게 이어지면 여지없이 욕이 튀어 나온다. 가끔 총기를 소지한 사람들이 기분 내자고 총을 하늘로 쏘아 대는 바람에 사상자가 나오기도 하고 때로는 정말 불꽃놀이를 가장한 전투처럼 보일 때가 있어서 나 같은 외국인은 이런 날은 안전한 건물 안에 있는 것이 상책이다.

그 때가 생각나는 이유는 올해도 마찬가지로 수년 째 해외에서 연말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필리핀에서는 혼자 시간을 보냈지만 그래도 올해는 플랫 메이트가 있어서 다행이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그런 것이지만 이건 참 한국에 계신 어머니에게 죄송스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또 멀리 떨어져 1년간 만나지 못한 여친에게도 참 미안한 마음이 든다. (전염병 때문이지만…)

울란바토르는 또 다시 락다운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1월 6일까지 총 14일간 하기로 정했다고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 다소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몽골 보건부에서는 3월 말까지 하자고 하는데 실물 경제를 생각하면 쉽사리 내릴 수 있는 결정은 아닐 것이다. 한겨울이다 보니 게르촌에서 쏟아져 나오는 ‘아황산가스(이산화황)’의 농도가 높아져 공기 자체가 맵다. 매우 화학적인 냄새가 매번 기분 나쁘게 느껴져 밤에는 어쩔 수 없이 창문을 닫아 놓고 있다. 반 시간만 창문을 열어 놓아도 금방 목이 칼칼해진다.

겨울에 몽골 오는 것은 정말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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