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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내가 누구인지 말해주오 – ‘나의 끔찍한 과거를 알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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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9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내가 누구인지 말해주오(Tell me who I am)는 2013년에 출간된 책을 기반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쌍둥이 형제의 충격적이고도 무거운 이야기를 다룬 이 책은 2019년 현재 아마존(Amazon) 베스트셀러이다. 물론 넷플릭스를 통해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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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알렉스, 마커스 그리고 그 둘의 이야기

이야기의 전개 방식은 1964년생의 두 쌍둥이 형제 중에서 본인의 과거를 알고 싶어 하는 ‘알렉스(alex)’의 인터뷰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그 과거를 감추고 싶어 하는 ‘마커스(Marcus)’에 대한 변명 아닌 변명이 그 뒤를 잇는다. 

(주의! 지금부터 약간 스포일러가 시작됨)

알렉스와 마커스는 쌍둥이 형제이자 둘도 없는 친구이다. 18세가 되던 해 알렉스는 오토바이 사고로 기억 상실증에 걸리는데 특이하게도 부모님을 알아보지 못하지만, 본인의 형제인 ‘마커스’는 알아본다. 본인의 국적, 이름, 나이, 집, 기초단어, 일반상식 등등 모든 것을 잊어버려 아홉 살의 지적 수준과 비슷해졌다. (머리가 나빠졌다는 말은 아님) 여기서 알렉스가 전적으로 의지할만한 사람은 마커스 뿐이다. 마커스가 입으로 말하는 과거가 곧 알렉스의 과거가 되었다. 알렉스는 세상의 모든 것을 마커스라는 창을 통해서 이해하게 된 것이다. 


이상한 나의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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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커스의 인터뷰 / 출처 : 넷플릭스

마커스를 통해서 ‘귀족 가문의 부유하고 행복한 가족’으로 묘사된 알렉스의 집은 사실 비정상이다. 부모님은 두 형제에게 집안에 들어갈 수 있는 현관문 키를 주지 않았고 잠은 창고와도 비슷한 별채에서 머물게 했다. 집안에 많은 곳은 출입금지 구역으로 되어 있었다. 물론 이것이 세상을 새로 배우게 된 알렉스에게는 전혀 이상할 게 없었지만. 마커스는 아버지의 임종 직전의 사과를 받아주지 않았고,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감정적인 동요가 일어나지 않았다. 이 얼마나 비정상적인가? 


비밀의 한 조각과 마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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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의 인터뷰 / 출처 : 넷플릭스

두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 집에서 가장 먼저 할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청소’이다. 하물며 그 큰 집에서 들어가 보지도 못한 방이 많은데 얼마나 궁금할까. 정돈이 없이 오래된 짐으로 꽉 채워진 집은 귀신이 나올법한 으스스한 느낌을 준다. 알렉스 입장에서 ‘부유한 귀족 출신의 집’과는 매우 다른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드디어 베일에 쌓인 어머니의 방을 열어본다. 그리고는 열쇠로 잠겨있던 서랍에서 나온 한 장의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내가 알고 있는 과거는 진실일까?’라는 질문이 시작되고 그동안 삶의 반쪽이라고 생각했던 마커스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된다.


마커스의 슬픈 변명

사실 이 다큐에서, 아니 두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은 ‘마커스’이다. 그 모든 불행을 유일하게 기억하는 사람이다. 자기 딴에는 형제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으로 ‘거짓말’을 택했다. 하지만 그로 인해 결국 형제의 신뢰를 저버린 꼴이 되었으니 살아온 세월이 허망하다. 알렉스는 왜 진실을 말하지 않으냐고 하지만 마커스는 끝내 말을 하지 못했다.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지기까지 30년간의 긴 시간이었다. 진실을 숨기는 것이 본인을 지키는 것이었다고 마커스는 얘기한다. 인간적으로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사람은 말하기조차 겁이 나고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는 과거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결말 – 진실은 서로를 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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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의 젊은 시절 / 출처 : 넷플릭스

다큐의 마지막 부분은 용기를 낸 ‘마커스’가 털어놓는 과거에 대한 진실을 보여준다. 정말 말도 안 되고 분노가 치밀어오르는 인간 같지 않은 어머니와 자식 간의 비밀에 대한 진실이다. 알렉스는 30년 동안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 노력했던 사람으로서 진실에 대한 일정 부분은 예상했다고 답변한다. 하지만 알렉스는 마커스가 아니다. 과거를 그냥 아는 것과 경험한 것을 기억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마커스의 눈물은 그래서 무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커스가 진실을 털어놓고 마음의 짐을 덜은 것과, 다시 알렉스와 진정한 가족이 된 것은 좋은 결말이라고 본다.


과거에 대한 인간의 궁금증

필자는 다큐를 보는 내내 ‘알렉스는 왜 그렇게 자신의 힘든 과거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어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사진 한장만 봐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그 힘든 과거를 말이다. 또한 과거의 그 사건들이 본인의 정체성을 완성하는 것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병적으로 집착한 부분은 공감이 되지 않았다. 어릴 때 입양된 성인이 본인의 진짜 부모님을 찾는 것과는 아주 다른 이야기 같다는 말이다. 

알렉스의 유년 시절이 마커스에 의해 통째로 각색되었다고 판단해서 ‘Tell me who I am’이라는 제목을 넣었는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본다. 이것은 아동학대 피해자의 커다란 아픔과 치유에 관한 슬픈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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