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죄로 20년을 복역했다면 죄값을 다 치룬 것일까?
샌드라 블록 주연의 언포기버블은 경찰을 살인한 죄로 20년을 복역하고 가석방으로 감옥을 나와 사회에 다시 스며드는 한 여자의 스토리를 담고 있다. 우리는 전과자의 삶이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짐작해볼 수 있는데 영화는 이를 생생한 장면으로 보여준다.
매주 만나야 하는 담당 경찰, 당장 돈이 필요하지만 얻기 힘든 직장, 전과자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 이것은 20년 복역 이후에 살인자에게 주어지는 또 다른 지옥이다.
주인공인 루쓰(Ruth)는 부모님을 잃고 5살 밖에 되지 않은 어린 여동생을 보살피며 살았었다. 집이 압류될 위기에 놓이고 이에 저항을 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죽고 만다. 어린 동생과는 떨어져 지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고 동생의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상태로 20년이 흐른다.
어린 동생은 트라우마로 인한 기억 상실 때문에 어린 시절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정상적인 가정으로 입양되어 성장한 동생 케이트는 자신을 5살 때 까지 돌봐준 언니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지만, 드문드문 따스한 기억이 조각처럼 떠올리곤 한다.
루쓰는 낮에는 목수일로 밤에는 생선 다듬는 일로 투잡을 뛰면서 동생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범죄자 언니가 불쑥 나타나는 것이 동생의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변 사람들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동생을 만나기 위한 노력은 눈물겹다.
영화는 다른 한편에서 죽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칼날을 가는 두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살해당한 아버지를 둔 가족들의 피폐해진 삶을 동시에 조명함으로써 살인자인 루쓰에 대한 동정심이 사치일 뿐이라는 느낌도 준다.
줄거리의 후반부로 갈수록 스토리는 사건의 진실에 가까워지고 샌드라 블록의 깊이 있는 내면 연기가 한층 부각된다. 가장 좋은 나이를 감옥에서 보낸 한 여자의 기구한 운명과 그녀가 마주하는 차가운 현실 그리고 삶을 지탱하는 인생의 목적은 우울한 먹구름 가운데 그려지는 한 줄기 희망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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