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사업을 하기 전에 알면 좋은 것들 – 세무와 회계

법인을 세우고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가 회계사 사무실과 계약한 것이었고, 직접 해 볼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았다. 비용이 들어도 그게 맞다고 봤다.

다만 맡겼다고 손을 놓고 있으면 곤란해지는 순간이 온다. 어디까지가 내 몫인지는 겪어 보고서야 알았다.

필리핀 마닐라 마카티 업무지구의 고층 오피스 빌딩들
마닐라 마카티 업무지구. 사진: Alexes Gerard / Unsplash

남이 검증해 둔 곳을 골랐다

클락 안에서 대규모 임대 사업을 하는 업체가 쓰던 사무실이었고, 나는 거기를 그대로 따라갔다. 규모 있는 현지 업체가 수년째 맡기고 있는 곳이라면 적어도 기본은 한다고 봤기 때문인데, 실제로 몇 해를 쓰는 동안 문제가 난 적은 없었다.

대표 회계사는 꽤 부유한 사람이었고 법인세 신고 철이 되면 얼굴 보기도 어려웠기 때문에, 결산과 관련해 물어볼 것이 있으면 그 시기를 피해 미리 움직여야 했다.

월 비용은 당시 기준 1만 페소 안팎이었다. 적은 돈은 아니다. 3대 보험 업무까지 함께 맡긴 값이 들어 있어서, 그쪽을 직접 처리했다면 조금은 줄었을 것이다. 그래도 맡겼다.

매달 넘긴 자료는 두 가지였다

한 달에 하는 일은 단순해서, 직원 급여 자료와 3대 보험 자료를 정리해 넘기면 신고까지 그쪽에서 처리했다.

처음에는 이게 너무 간단해서 뭔가 빠뜨리고 있나 싶었다. 실제로 매달 나가는 신고가 적지는 않아서, 원천징수분 신고가 달마다 있고 부가세나 사업세는 분기로 또 돌아온다. 다만 그걸 사장이 들여다볼 일이 거의 없을 뿐이다.

3대 보험은 한국의 4대 보험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름과 부담률 정도는 알아 둬야 내가 넘기는 자료가 무엇인지 안다.

무엇사용자 부담
SSS사회보장. 국민연금에 가깝다총 15% 중 10%. 기준소득 상한 ₱35,000
PhilHealth건강보험총 5%를 노사가 절반씩. 기준소득 ₱10,000~100,000
Pag-IBIG주택기금2%. 기준소득 상한 ₱10,000

세 곳은 기관도 다르고 납부 일정도 따로 돌아간다. SSS는 해당 월의 다음 달 말일까지, PhilHealth는 PhilHealth에 등록된 사업장 번호 끝자리에 따라 나뉜 기간에 낸다.

Pag-IBIG에는 규정이 하나 더 붙는다. 사용자 부담분을 직원 급여에서 떼는 것이 금지돼 있다. 회사가 따로 내야 한다. 한국에서 4대 보험을 급여명세서에서 공제하던 사람이라면 여기서 한 번 헷갈린다.

그런데 점검은 회사로 나온다

맡겼으니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 SSS에서 가끔 점검을 나왔고, PhilHealth나 Pag-IBIG은 나온 기억이 없다.

보는 것은 두 가지다. 제대로 납부하고 있는지, 그리고 장부를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지.

그래서 장부는 철저히 관리해야 하고 사장과 HR 담당자가 관련 지식에 빠삭해야 한다. 회계사 사무실에 전부 맡겼더라도 점검 나온 사람 앞에서 답을 하는 것은 결국 회사 사람이기 때문이다. 모르면 그 자리에서 곤란해진다.

경제특구는 관할이 다르다

내가 운영한 법인은 클락 자유경제지구 안에 있었다. 여기는 시청이 아니라 CDC, 즉 클락개발공사가 관리한다. 기지전환개발청(BCDA)의 자회사로 지방자치단체 소속이 아니고, 기본적인 신고와 점검도 대부분 CDC에서 받았다.

1년에 한 번 CDC 직원들이 현장 조사를 나왔다. 보통 두 명이 와서 30분에서 한 시간이면 끝났다. 일 처리가 깔끔했고 뒤로 무엇을 요구하는 일도 없었다. 당시가 공직 부패 근절을 내세우던 시기이기도 했고, 관할이 시청이 아니라는 점도 작용했던 것 같다.

특구 안에서 사업하면 세제 혜택도 다르고 허가 절차도 다르다. 아래 일정 중 세무서(BIR) 신고는 특구 안팎이 같지만, 사업허가 갱신은 시청 관할 기준이다. 클락 특구는 앙헬레스시와 마발라캇시, 포락에 걸쳐 있어서, 대부분은 CDC에서 처리되더라도 소재지 시청 쪽 요건이 남아 있을 수 있으니 확인해 두는 게 안전하다.

법인 하나가 상대하는 곳. SEC는 설립과 연례 보고, BIR 세무서는 매달·분기·연간 세금 신고, SSS·PhilHealth·Pag-IBIG은 3대 보험 납부를 맡는다. 영업 허가만 자리에 따라 갈려서 일반 지역은 바랑가이를 거쳐 시청, 클락 특구는 대부분 CDC다

연말연초에 일이 몰린다

항목을 외울 필요는 없지만 1월에 일이 몰린다는 것은 알고 있어야 12월에 자료를 미리 챙기고 1월 일정을 비워 둘 수 있다.

시기무엇
1월 20일사업허가(Mayor’s Permit) 갱신
1월 말연간 원천징수 신고와 직원 명세
1월 말연간 재고 명세. 제조·유통업 등
4월 15일법인세 신고. 일정 규모 이상이면 감사받은 재무제표를 붙인다

사업허가 갱신은 바랑가이(우리의 동에 해당하는 가장 작은 행정 단위) 클리어런스부터 받아야 해서 실제로는 1월 초부터 움직여야 한다. SEC에 등록된 법인도 마찬가지다. SEC 등록은 법인을 세우는 절차이고 사업허가는 그 장소에서 영업해도 된다는 지자체의 허가라서, 둘은 따로 받는다. 늦으면 세액의 25%에 월 2% 이자가 붙으니 서두르는 편이 낫고, 세부 기준은 지자체마다 다르므로 관할 시청을 확인해야 한다.

13개월차 급여도 연말 자금 계획에 넣어야 한다. 상여금이 아니라 법으로 정해진 의무여서 12월 24일까지 지급해야 하고, 계획에서 빠뜨리면 12월에는 예상보다 인건비가 한 달치 더 나간다.

내가 알던 규칙은 이미 바뀌었다

법인을 매각하고 손을 뗀 것이 2018년 말인데, 그 뒤로 세제가 여러 번 바뀌었다.

눈에 띄는 것 하나만 들면, 매년 1월 31일까지 ₱500을 내고 갱신하던 사업자 등록 수수료가 2024년 1월부로 없어졌다. 운영하던 때는 해마다 내던 돈이다.

외부감사 기준도 바뀌었다. 2026년 1월 SEC 개정으로 자산이나 부채가 ₱300만 이하인 법인은 감사 없이 경영진 확인서를 붙인 재무제표를 낼 수 있게 됐다. 그전 기준은 ₱60만이었으니 작은 법인은 부담이 꽤 줄었다.

클락 쪽도 바뀌었다. 2026년 4월부터 문제 없는 입주사는 자동 갱신 대상 명단에 올려 따로 신청하지 않아도 되게 했다고 하니, 기존 3년 주기가 연 단위 자동 방식으로 바뀐 셈이다.

그래서 이 글의 숫자와 날짜는 운영하던 시절의 기억이 아니라 2026년 10월 기준으로 다시 확인한 것이다.

전문가와 상의해야 하는 이유

지금까지 적었지만 이 글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

  • 자주 바뀐다. 몇 해 사이에 수수료가 없어지고 세율이 바뀌었으니 지금 맞는 숫자가 내년에도 맞는다는 보장이 없다
  • 업종과 지역에 따라 다르다. 부가세 대상인지 사업세 대상인지, 경제특구 안인지 밖인지, 어느 시인지에 따라 내야 할 것이 달라진다
  • 법인 형태에 따라 다르다. 현지 법인, 외국 법인의 지점, 개인 사업자가 각각 다른 서류를 낸다
  • 틀리면 돈으로 돌아온다. 가산세와 이자가 붙고 심하면 영업 정지까지 간다

비용을 줄이려고 프리랜서를 싸게 쓰는 경우도 있지만 권하지 않는다. 외국인 사업자라고 사기를 치는 경우가 종종 있고, 세무는 틀린 것이 몇 달 뒤에야 드러나기 때문에 알게 됐을 때는 이미 가산세가 붙은 뒤다. 싼 쪽보다 검증된 쪽을 택하는 것이 맞다.

말도 제도도 다른 곳에서 혼자 할 일은 아니다. 전부 맡기면 된다. 다만 무엇이 언제 나가는지와 점검이 나오면 무엇을 묻는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 그 선까지가 사장 몫이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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