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When in Rome, do as the Romans do.)는 오래된 격언은 지나가다 하품하는 강아지도 알고 있을 정도로 진부한 격언이기도 하다. 다른 나라나 지역에 가면 그 사람들의 문화나 풍습을 따르라는 말이다. 군대에서 자주 듣던 ‘튀지 말고 중간만 하자’라는 말도 이와 비슷한 맥락을 갖고 있다. 이는 여러 사람 사이에서 괜히 튀지 말고 비슷하게 행동하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개인의 개성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나 Z세대에게는 실천하기 어려운 속담이기도 할 것이다.
필자는 몽골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아무래도 몽골 문화에 적응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이따금 이해하기 힘든 문화와 관습이 있다. 물론 ‘모자’에 관련된 문화나 ‘게르’ 내에서 주의할 사항 등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몽골 문화에 대한 내용이 있는데 이는 몽골 사람들과 깊숙하게 교류하지 않는 한 경험할 일이 없는 관습이다.
다음의 내용은 내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첫 번째, 실내에서‘외투’를 벗기. 이것은 몽골에서 학교를 다녀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알고 있는 룰일 것이다. 뭐, 단기로 오는 여행자들이야 이런 에티켓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없을 것 같다.
여자친구가 다니던 몽골 국립대학교 건물에는 1층에 외투 보관실이 있다. 헐…처음에는 무슨 학생들을 위한 세탁소인지 알았다. 어쨌든 최근에 여친의 출국 비자 관련 문제로 학교에 여러 차례 함께 방문했는데 여러 사무실에 들릴 때마다 교직원이 나에게 매번 외투를 벗으라고 주의를 주었다.
‘난 1분이면 되는데 그것 때문에 내가 외투를 벗어야 돼?’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몽골에서 나고 자란 교직원 입장에서야 당연한 에티켓이겠지만, 나 같은 외국인에게는 정말 황당한 룰이다. 더군다나 나를 기본적인 ‘에티켓’을 모르는 바보 쳐다보듯이 볼 때는 부아가 치민다. 내가 ‘싸움 몽골어’를 할 수 있는 몽골어 실력을 갖춘 것이 아니니 속으로 ‘교통법규들이나 잘 지킬 것이지.’라고 넘기고 만다. 어쨌든 난 이방인에 불과하니까.
두 번째, 아파트에서 창밖으로 수태차(밀크티) 뿌리기. 넓은 초원에서 게르에서 살면서 지네 앞마당에 우유를 뿌리든 먹물을 뿌리든 누가 참견하겠는가. 그런데 고층 아파트에서 뿌리는 밀크티. 참으로 황당하기 그지없는 문화이다. 한두 명만 그러면 그려려니 하는데 워낙 많은 사람들이 하기 때문에 ‘문화’로 정의하겠다. 이유를 알아보니 아침에 창밖으로 수태차를 뿌리면서 하루의 복을 기원하는 것이라고 한다.
아니, 자기들이 뿌린 밀크티 때문에 다른 사람 차량에 하얀색 우유가 군데군데 묻어 있는데 뭐가 어째? 한겨울에는 너무 추워서 내 손으로 세차도 못 한다. 따듯한 실내 세차장에 가서 돈 주고 해야 한다.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복을 빌어야지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 복을 빌면 복이 들어오나? 정말 이해하기 힘든 ‘이기적 축복 기원문화’이다.
세 번째, 몽골에서는 발을 밟거나 부딪히면 누가 악수를 한다고 했나? 최근에 징기스칸 공항을 갔는데 날 밀치고 가는 인간들이 20명은 된 것 같다. 내가 그렇게 착해 보이나? 보통 길을 거닐면 몽골인들이 항상 나에게 몽골어로 말을 걸 정도로 대부분 나를 외국인으로 보지 않는다.
그렇다면 외국인이라고 보고 공항에서 날 그렇게 밀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밀치고 갈 때마다 악수나 사과를 할까 싶어 뒤돌아보면 무심하게 다들 자기 갈 길을 갔다. 하긴 운전을 직접 해보면 이 도시에서 ‘양보’라는 것을 보기 힘든데 사람을 살짝 치고 지나갔다고 매번 사과나 악수를 바라는 것은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바란 것 같다. 참고로 한국도 밀치고 지나가며 사과하지 않는 사람들이 다른 외국에 비해 많은 편이다.
어차피 내가 로마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로마법을 바꿀 수는 없으니, 최대한 이해하는 수밖에는 없다. 이렇게 글로라도 토해내야 마음에 가벼워질 것 같아서 넋두리를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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