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강달러가 바꾼 항공권 생태계… 이제 ‘땡처리’는 없다
따뜻해진 날씨에 맞춰 해외여행을 계획하며 비행기 표를 검색하다 보면, 예전 같지 않은 가격에 멈칫하게 된다.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다. 최근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고유가와 고환율 현상이 겹치면서 항공권 가격표가 눈에 띄게 무거워졌다.
실제 항공업계의 위기감은 상당하다. 29일 보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전사적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이달 중순 저비용항공사(LCC)인 티웨이항공이 선제적으로 비상경영을 선언한 데 이어, 대형 항공사까지 허리띠를 졸라맨 것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비용 압박이다. IATA 집계 기준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평균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200달러를 돌파하며 전월 대비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여기에 항공기 리스료, 정비비 등 핵심 비용을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항공사 입장에서 지금의 1,300원대 고환율은 수익성을 갉아먹는 직격탄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항공사들은 가장 직관적인 해법을 택했다. 돈이 덜 되는 노선부터 쳐내는 것이다. 특히 유류비 비중이 높고 회전율이 낮은 장거리 노선이 우선 타깃이 됐다. 에어프레미아는 인기 노선인 인천~LA를 비롯해 미주 노선을 대폭 감편한다. LCC들도 마찬가지다. 이스타항공은 5월 인천~푸꾸옥 노선의 운항을 아예 중단하고, 진에어 역시 4월 괌, 냐짱 등 주요 노선을 일부 비운항 처리한다. 철저히 수익성 위주로 공급을 조정하는 구조 재편이다.
기업의 비용 증가분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되기 마련이다. 당장 4월부터 국제선 유류할증료가 크게 인상되면서 장거리 노선은 할증료만 수십만 원에 달할 전망이다.

당장 내 주변만 해도 그렇다. 4월에 일본 여행을 계획했던 한 친구는, 4월부터 유류할증료가 큰 폭으로 오른다는 소식을 듣고 3월 말에 부랴부랴 항공권을 결제했다. 단 며칠 차이로 꽤 큰 비용을 더 지불할 뻔했으니 나름 합리적인 결정이었다. 여름휴가 일정으로 튀르키예 방문을 생각 중인 아내 역시 요즘 항공권 앱만 들여다보며 한숨을 쉰다. 장거리 노선인 만큼 유류할증료 폭탄을 피하기 어려울 텐데, 여름까지 가격이 얼마나 더 뛸지 몰라 예매 타이밍을 두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당분간 유가와 환율이 드라마틱하게 안정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예전처럼 출발일이 임박해 쏟아지던 ‘특가’나 ‘땡처리’ 항공권을 줍는 행운은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다.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제는 막연한 기대보다는 철저한 눈치 게임이 필요하다. 유류할증료 인상 시기를 미리 체크하고 계획된 일정의 항공권을 한발 먼저 확보하는 등, 내 지갑을 지키기 위한 조금 더 계산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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