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이 되어 곱씹어보는 ‘인맥’이란
모 커뮤니티 글을 보다 보니 새로 입사한 신입이 사내 영업 부장이 몇 년 간 작업해도 뚫지 못한 기업(A기업)을 고객으로 모셔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 기업 사장의 아들이 신입 사원의 친구라는 것이 그 이유로 나오는데 짐작하다시피 대부분의 댓글은 “역시 인맥이 최고야.”
일반적으로 커뮤니티 글이 갖는 ‘주작성’ 때문에 그것이 실제 일어난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비슷한 사례는 실제 생활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앞의 이야기에 진지를 좀 빨아보자면 아들의 친구가 다니는 회사에 주문을 넣는 것 자체가 우리는 그것이 경영학적으로 불합리한 것인지 판단할 수는 없다. A기업은 정말 왜 그랬을까라는 고민을 해봐야 한다.
신입이 다니는 회사의 제품이 구린데도 단지 아들의 친구가 입사한 회사라는 이유만으로 제품 주문을 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회사 오너의 입장에서 쉽게 내리기 힘든 결정이라는 얘기다.
다양한 가설이 붙을 수가 있겠다.
- 신입 사원의 아버지는 ‘국회의원’이다. => A기업으로서는 투자의 개념
- 영업부장이 몇 년을 영업했는데 A기업에서 선뜻 주문하지 않은 이유는 다른 경쟁업체가 만드는 제품보다 차별화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 그런데 A기업 아들의 절친인 신입사원의 부탁이 들어오자 본인 아들에게 점수도 딸 겸해서 ‘주문’을 해주었을 확률도 있다. => A기업으로서는 특별히 손해 볼 게 없다. (마치 요새는 보험을 어디서 가입했으냐에 따라 보장에는 크게 차이가 없는 것처럼.)
- 영업부장이 몇 년 영업을 한 결과가 이제야 나타나서 주문을 하려는데 마침 아들의 친구가 그 회사를 다닌다는 얘기를 듣고 “그러냐? 잘 되었군”. 이라며 주문한 경우 => 신입사원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아니지만 ‘공’은 가져가게 된 경우.
어느 경우에도 ‘신입 사원’은 본인이 가진 인맥 덕에 회사에서 인정받는 사원이 될 확률은 높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확률이 높아 보이는 것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는 ‘1번’이다. A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의사 결정은 1번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상황에 따라 A기업의 오너가 ‘신입 사원’에게 오히려 더 친한 척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에 주문한 제품이 쓸만한 제품이 아니라면? 그것은 ‘국회의원’의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구린 제품’을 주문하는데 쓴 비용보다 높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진정한 인맥은 주고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고등학교 때 친구들은 평생 간다. 서로 원하는 게 뻔하기 때문이다. 서로가 공유한 추억을 안주 삼아 술 한잔 할 수 있으면 최고다. 이들 사이에서는 사회적 위치가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친구 중에 의사나 변호사 있으면 문제 생길 때 편한 부분은 있다.
내가 좋아하던 어떤 경영학과 교수님은 우리에게 대학생이지만 장사를 함께 해볼 것을 권유하던 분이셨다. 가끔 학생들을 지목하여 “자네는 왜 경영학과에 왔나? 어떤 사업을 해보고 싶나?”등에 대한 질문을 했다. 벤처사업을 한다고 하면 “자네는 컴퓨터에 대해서 잘 아는가? 프로그래밍을 할 줄 아는가?”등에 대해서 집요하게 물었다.
그 시절에는 프로그래밍 한다고 하면 C언어는 다룰 줄 알아야 프로그래머 소리를 듣는 때인데 경영학도가 무슨 프로그래밍을 하겠는가. 그래서 보통 학생들은 “프로그래밍은 잘 모릅니다.”라고 답했다. 그럼 교수님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인 뒤에 “그럼, 컴퓨터 공학과 주변을 기웃거리면서 친구를 꼭 만들어두게.”라는 말을 하시곤 했다.
이 때는 이 말이 크게 와 닿지 않았지만, 괜찮은 개발자도 아는 인맥이 있어야 채용할 수 있다는 요즘에는 참으로 실감 나는 얘기다. 조금이라도 순수한 학생일 때 만든 인맥이 얘기하기도 편하고.
그렇다고 모든 인맥이 학창 시절에 만들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학교를 가면 좋은 학벌이라는 이름 아래 자동으로 인맥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경험 상 그것이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
특히 사업을 한다면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들어 가는 인맥이 오히려 더 중요하다. 이런 인맥의 장점은 상대방의 ‘업무 능력(비지니스 능력)’을 어느 정도 볼 수 있기 때문이고, 내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혹은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금방 간파할 수 있다.
사업을 하다가 만나는 사람들 중에는 “내가 OO를 안다.”라고 하면서 인맥이 좋음을 드러내며 그것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묻지도 않았는데 자랑하는 경우일수록 실속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그 인맥도 실속이 없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서 인맥이라고 생각한 상대방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
즉, A라는 사람은 B라는 사람을 인맥이라고 생각하는데 B라는 사람은 A라는 사람을 그냥 아는 사람 정도로 치부하는 경우다. 이 경우에 A라는 사람은 B라는 사람에게 얻을 것이 많은 사람이고 B라는 사람은 A라는 사람에게 얻을 것이 없는 경우이다. 아주 심플한 산수다. 이런 경우에 진짜 ‘인맥’이라고 할 수 없다. 오래 가지 않는다.
위치가 어느 정도 올라가면 인맥은 쉽게 만들어진다
얼마 전에 뵌, 현재 모 단체장을 맡으신 회장님은 산전수전을 다 겪으면서 결국 사업에 성공하신 분이다. 지금은 여러 단체에서 임원직을 맡고 계신데 대외 활동은 10년 전부터 하셨다고 한다. 그 전까지는 사업을 성공시키는데만 신경을 썼지 본격적인 네트워킹은 사업이 성공한 이후에 시작했다는 것이다.
사업에 이미 성공했으니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며 비슷하게 여유가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매우 쉬운 것이다.
직장인의 예를 들어볼까?
나의 삼촌은 유명 회계 컨설팅 사에서 오랜 동안 근무하다가 독립하신 컨설턴트다. 컨설팅 일이 바쁜 와중에 회계 강좌도 만드시고, 일을 매우 사랑하시는 분이다. 내가 대학교 시절에 삼촌은 “당구 같은 신변잡기에 빠지지 말고 공부해. 지금 당구 같이 치는 애들 나중에 안 만날걸? 네가 너의 위치를 어느 정도 만들어 놓으면 진짜 괜찮은 인맥들 그냥 쉽게 생겨.”
아니나 다를까 대학교 때 같이 당구 치던 멤버들 지금 하나도 만나지 않는다.
잘난 게 없는 사람이 잘난 사람들 노는데 가면 그 사람들이 반가워할까? 세상 만사는 단순하다. Give and Take. 내가 들어가고 싶은 네트워크에 내가 Give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때 나도 Take 할 수 있는 것이다. 나한테 받을 게 없는데 그들이 날 인맥으로 생각할까? 99%아니다.
내가 Give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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