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한국인을 조심하라는 말은 농담이 아니다
지금까지 정말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무슨 얘기? 해외에서 한국인이 한국인한테 사기당한 이야기. 여행지에 잠깐 다녀가는 관광객이야 도둑들을 조심해야 하겠지만 유학이든 일이든 장기 체류를 하는 사람들은 정말 한국인을 조심해야 한다.
사연들도 참 가지각색이다. 태생이 귀가 백지장처럼 얇아서 어디서든 쉽게 사기당하는 사람도 있지만 주로 정보의 부족 때문에 당하는 사기가 대부분이다. 물론 현지 외국인한테도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는 영어나 현지어를 잘하지 못하면 사기를 당하고 싶어도 당할 수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해외에서 한국인을 조심하라는 이유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필자의 경우에 세상 여러 곳을 여행했지만 그중에서도 호주, 필리핀, 몽골 등지에서 1년 이상 체류한 경험을 바탕으로 적어보는 것이다.
같은 국적이라고 해서 내 편은 아니다
요즘은 그런 사람들이 많이 줄은 것 같다. 예전에는 같은 한국인이라면 무조건 반가워하는 분들도 있었다. 아마 며칠 빵만 먹다가 밥(rice)을 먹을 줄 아는 한국인을 만났으니 심리적으로 안정감이 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모르는 사람에게 ‘안정감’을 느낀다는 것은 쉽게 상대를 신뢰할만한 여지를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만난 한국인에게 몇 가지 현지 정보를 물어보면 아는 것도 많으니 어느 순간 의지하기도 쉽다. 더군다나 한 두 번 사기 경험이 있는 ‘꾼’을 잘못 만나는 경우에는 쉬운 먹잇감이 되기 십상이다. 더군다나 우리 한민족이 어떤 민족인가? 한국에서 일어나는 범죄율 순위 TOP 3안에 드는 분야가 ‘사기’다. 머리 좋은 사람들이다.
구멍가게도 그렇게는 창업 안하면서
해외에서 사업하는 한국인이 많다. 어찌 보면 한국 사람들의 도전정신은 알아줘야 한다. 해외에서 체류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어쨌든 그것을 영위해나가는 과정이 순탄치 않다는 것을 필자는 잘 알기 때문에 모든 해외 거주 한인 사업가들에 박수를 보낸다.
주로 사업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사기를 당하는 한국인이 너무 많다. 예는 다음과 같다.
- 실체가 없는 사업을 확인도 안해보고 투자를 하는 경우
- 외국인은 부동산 소유가 되지 않는 국가에서 땅 거래를 하는 경우
- 건축을 맡기로 한 시행사가 돈만 받고 진행을 하지 않는 경우
- 만난지 얼마 안 된 사람과 동업을 하는 경우
- 현지 공무원한테 뇌물로 준다고 돈을 뜯어내고 잠적하는 경우
- 사업을 함께 하기로 했지만 계약서 한 장 쓰지 않는 경우
- 현지 계약서를 한 줄이라도 읽을 능력이 되지 않아서 모든 걸 맡기는 경우 (한 사람의 통역에 모든 걸 의지하는 경우)
위에 열거한 내용은 정말 생각나는 대로만 적어 본 것이다. 우리나라 내에서도 분쟁이 생기면 골치 아픈데 해외에서 분쟁이 생기면 해결하기 정말 쉽지 않다. 예전에 내가 보기만 하던 ‘필리핀 관련 네이버 카페’가 생각난다. 내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카페지기라는 사람은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꼭 카페 회원들 중에서 필리핀에서 사업을 하고 싶은데 뭘 해야 하는지 물어보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카페 주인장은 항상 “필리핀에는 그냥 놀러 와서 돈만 쓰고 가세요. 제발.”이라고 답변을 했기 때문이다.
방금 얘기한 사례처럼 거리에 나가 ‘해외 현지에서 사업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라고 하면 달라붙을 똥파리들이 한 무더기다. 정말 좋은 먹잇감이다. 반대로 생각해보자. 한국말을 못 하는 ‘방글라데시’ 사람이 방금 서울에 와서 ‘본인한테 5천만원 있는데 한국에서 뭘 하면 좋을까요’라고 묻는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나라면 바로 이런 생각이 들 것 같다. ‘호구 왔능가?’
장사를 하고는 싶은데 그럼 어쩌라고
사실 창업에 관해서는 한국이건 해외건 쉽지 않다는 것은 지나가는 개도 알고 있을 것이다. 필자가 한국에서 사무실로 이용하던 빌딩 주변의 상권도 매년 풍경이 바뀌는 것을 보면서 자영업이 정말 쉽지 않다는 생각을 뼈져리게 했었다. 테이블 10개 가진 식당만 하나 차리려고 해도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드는가? 관련 법, 세금, 운영 노하우 등등 또 얼마나 많은 새로운 지식을 습득해야 하는가?
해외에서 체류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비자’이다. 그놈의 비자 때문에 미국에서 좋은 대학 나왔어도 한국으로 복귀하는 유학생들이 허다하다. 그리고 해당 국가에서 외국인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필리핀에서는 외국인 개인 명의로 소매업(식당 포함)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필리핀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국 식당이 아주 많다. 그렇다면 식당의 명의는 현지인 이름으로 되어 있든지, 60%의 현지인 지분으로 구성된 법인의 이름으로 되어 있다는 말이다. 한국이었다면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리스크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해외에서 하는 사업은 더 힘들고 리스크가 더 높다는 말이다. 그런데, 직접 잘 확인해보지도 않고 현지로 돈을 보내거나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과 같다. 한 번은 대화만 몇 번 나눈 현지 여자에게 돈을 보낼 테니 여자 명의로 부동산을 사고 차후 수익이 생기면 수익을 공유하자고 제안하는 멍청이도 봤다.
알아야 산다
우리나라 육군 화학병과의 슬로건은 ‘알아야 산다’이다. 모르면 죽는 거다. 이런 각오로 정보를 수집하고 직접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진짜 내 정보가 된다. 현지어를 모르면 정말 객관적으로 해당 문서를 번역해줄 수 있는 업체를 찾아서 본인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웬만한 나라의 법률 집은 온라인상에 영문자료로 게시되어 있다. 무조건 확인하고 진행해야 한다.
필자도 사업 초반 노동법 관련 일로 고생한 적인 있는데, 주변에 돌아보면 아주 기본적인 노동 관련 법률(예: 휴무에 따른 시급 계산법) 조차 모르고 장사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외국인이더라도 규정을 잘 알고 잘 지키면 당국에서도 제재를 하기는 힘들다. 꼭 꼬투리 잡힐 것이 있으니 잡히는 것이다.
아무쪼록 새롭게 도전하는 사람들은 매사에 돌다리 두드려 건너가듯이 느긋하면서도 스마트하게 일을 해결해나가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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