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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사업을 하기 전에 알면 좋은 것들 - 관공서와 fixer
Philippines(필리핀)

필리핀 사업을 하기 전에 알면 좋은 것들 – 관공서와 fixer(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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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09

영어에는 fixer(픽서)라는 단어가 있다.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현지 코디네이터’ 혹은 ‘해결사’라는 의미로 많이 쓰인다.

필리핀에서는 위와 같은 의미에 더해서 ‘관공서 대행 업무를 해주는 불법 브로커’도 픽서라고 한다. 이들은 관공서 주변을 맴돌면서 행정을 보려는 사람을 붙잡고 자신들을 통해서 행정을 맡기면 빠르게 일을 끝낼 수 있다고 하는 사람들이다.

소위 Express Fee(고속행정 수수료)를 받아 챙기는 이들이다. 이러한 잘못된 관행은 세계 어디서나 존재하지만 부패가 만연한 필리핀에서는 빠른 처리를 구실로 말단 행정에서도 돈이 수시로 오간다.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다.

필리핀 법상 단순 업무는 3일 이내만 처리하면 ‘합법’이다. 1시간이면 끝날 일도 굳이 사흘을 꽉 채워 처리해도 따질 수가 없는 구조다. 법적으로 복합 업무의 경우 7일, 기술적 검토가 필요한 경우 20일만 넘지 않으면 된다. 그 이상 걸린다고 해도 공무원이 처벌을 받았다는 얘기를 들어 보지는 못했다.

아무튼 담당자가 마음만 먹으면 당장 1시간 이내에도 끝낼 수 있는 일을 천천히 한다고 해도 민원인만 속이 터질 뿐이지 공무원 입장에서야 용돈벌이 해주는 픽서가 반가운 존재일 것이다. 법은 멀고 페소(peso)는 가깝기 때문이다.

또한 LTO(교통국) 같은 곳은 방문객이 너무 많아서 아침 8시부터 줄을 서야 11시쯤 업무를 볼 수 있다. 날씨가 매우 더운 나라인데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없는 건물 밖에서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기다리다가 보면 나도 모르게 ‘대행사가 없나’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이처럼 픽서를 찾는 수요도 생길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필리핀은 법적으로 이렇게 공무원과 결탁하여 수수료를 챙기는 픽서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관공서에는 ‘No to fixer’라는 팻말이 붙어 있으며 온라인 상으로도 캠페인을 자주 벌인다.

출처 : 필리핀 LTO 페이스북 계정

이런 홍보에도 불구하고 워낙 광범위하게 벌어지기 때문에 픽서는 관공서 방문 시 한번은 마주치게 되는 사람들이다. 픽서 행위는 돈을 건네준 의뢰인도 공범으로 보기 때문에 ‘빨리 빨리’를 좋아하는 한국인들이 이용할 때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 당연히 외국인이므로 의뢰를 들어준다고 말만 하고 돈만 받아 챙기는 사기 사건도 비일비재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필리핀 관공서도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픽서가 설 자리를 지속적으로 잃고 있다.

필리핀 관공서의 특이한 점이라고 하면 대놓고 ‘Express Lane Fee(급행료)’가 있는 관공서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지역 이민국 사무소. 몇 백 페소를 내면 며칠 일찍 비자를 내준다. 빠른 행정처리를 원하는 수요가 있다면 불법 브로커에게 주느니 국가가 먹겠다는 말이다. ㅎㅎ

행정 프로세스에 급행 서비스가 있다는 것은 미국 문화를 그대로 받아들인 셈이다.

우리나라였다면 ‘공정’을 이유로 정착되지 못했을텐데 ‘돈’을 썼다면 정당하다고 보는 미국식 자본주의를 필리핀에서 엿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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