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노임단가’가 보편적인 디자이너 임금 수준을 반영하는 것일까? 옛날과 비교하기
디자인 아웃소싱 서비스를 진행하다 보니 디자인 업계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을 갖게 된다. 내 의견이 업계 전체 상황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 참여자의 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부분이다.
첫째, 디자이너들의 급여는 여전히 박봉이다.
2000년대 초반에 내 친구는 디자인 회사에서 편집 디자이너로 일을 하고 있었으며 이때는 웹디자인의 영역이 급속도로 성장하던 시기다. 정부 일감으로 팸플릿이나 책자를 주로 수주 받았던 그 디자인 회사는 나름 안정적인 회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박봉에 노동강도가 무척 쎘다. 내 친구도 밤 11시나 새벽 1시 사이에 퇴근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렇다고 야근 수당을 챙겨주는 것도 아니고. 아무튼 누가 ‘디자이너’한다고 했으면 뜯어 말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2023년 새해를 맞은 지금도 박봉인 것은 달라진 게 없다. 그나마 몇 년 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평균 임금 수준은 올랐다. 사단법인 한국디자인산업협회는 매년 ‘디자이너 등급별 노임단가표’라는 통계를 발표한다. 퇴직급여나 사회보험료 등을 포함한 내용이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디자이너들은 금액 차이에서 괴리감을 느낀다. 통계를 보면 실제 ‘이렇게 노임을 받고 있다’기 보다는 ‘이렇게 받았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나마 저런 기준이라도 있는 것은 정부에서 발주하는 프로젝트에서는 단가를 계산할 때 근거로 삼을 수 있는 장점은 있다. 나랏돈은 아무도 소중하게 쓰지는 않으니까.
요즘에는 ‘칸바’나 ‘미리디자인’ 같이 웹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이미지와 폰트를 이용하여 직접 디자인할 수 있는 템플릿이 무척 많이 늘어났다. 개인적으로 이런 툴들은 디자이너의 노동 가치를 좀 더 낮게 보는데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디자인 별거 아니네.”라는 인식.
둘째, 디자이너들의 소득 창출 기회는 늘었으나 여전히 박봉이다.
전세계적으로 프리랜서들의 활약이 증가하고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플랫폼들이 늘어났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고 이런 얘기에 꼭 등장하여 욕을 먹지만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크몽’이라는 플랫폼도 있다. 플랫폼의 수수료가 비싸고 페이지에서 상위 노출이 되려면 또 광고비에 돈을 써야 하는데 서비스 단가는 밖으로 노출되니, 오히려 모든 디자인 회사나 디자이너들이 심각한 가격 경쟁으로 내몰리게 되었다.
뒤집어 보면 단가 경쟁이 가능하고 디자인 퀄리티가 좋으면 이런 플랫폼에서 좋은 기회를 노릴 수 있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직장인들도 퇴근 후에 투잡을 뛰거나 아예 전문 프리랜서 혹은 1인 기업으로 변신하는 경우도 많다. 누군가에게는 비즈니스 기회가 된 것이다.
셋째, 디자인 업계가 성장하면서 디자인 퀄리티가 좋아졌다.
2000년대 초반에만 해도 유럽 같은 곳을 다녀오면 우리나라의 디자인물들이 촌스럽게 느껴졌다. 그런데 디자인 업계로 인력이 대거 유입되면서, 그리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미지 자산 등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전반적인 디자인 수준이 해가 다르게 올라갔다. 해외 이미지 사이트를 보다가 우리나라 이미지 사이트를 보면 우리가 훨씬 좋다.
이와 더불어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향상되고 남의 것을 공짜로 쓰면 X된다는 실제 케이스들이 많아지면서 공정한 경쟁 환경이 조성되었다.
더군다나 요새는 사업을 할 때 ‘디자인’은 무조건 필요한 요소이다. 디자인 시장 자체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 그나마 위안을 삼아야 할 듯 하다. 그래서 우리 팀도 디자인 외주를 하고 있는 것이고.
#참고(2023년 디자인 노임단가) : https://blog.naver.com/ncondesign/222976483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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