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개발자 쪽에서 ARTCRAFT 얘기가 돈다. 어도비 제품군을 통째로 다시 만든 무료 오픈소스라는데, 만든 방식이 더 화제였다. 사람이 아니라 AI가 대부분의 코드를 썼다고 함.
궁금해서 내 노트북에 런처를 깔아 봤다.
무엇을 베꼈나
이름이 전부 Craft 로 끝난다. 무엇을 대신하는지도 앱 목록에 그대로 적혀 있다. 런처 안에서 두 묶음으로 나뉘어 있는데, 먼저 어도비를 겨냥한 일곱 개다.
| 앱 | 하는 일 | 대신하는 것 |
|---|---|---|
| PhotoCraft | 이미지 편집 | 포토샵 |
| VectorCraft | 벡터 일러스트 | 일러스트레이터 |
| FilmCraft | 영상 편집·색보정·사운드 | 프리미어 프로 |
| LightCraft | 사진 관리와 RAW 현상 | 라이트룸 |
| PdfCraft | PDF 읽기·정리·보호 | 아크로뱃 |
| EffectCraft | 모션 그래픽과 시각 효과 | 애프터 이펙트 |
| DesignCraft | 페이지 편집과 출판 | 인디자인 |
그리고 「새 앱」으로 묶인 다섯 개가 더 있다. 여기서부터는 어도비 외의 앱이다.
| 앱 | 하는 일 | 대신하는 것 |
|---|---|---|
| WordCraft | 문서 작성과 편집 | 워드 |
| DeckCraft | 발표 자료 | 파워포인트 |
| GridCraft | 표 계산과 데이터 | 엑셀 |
| CADCraft | 캐드 설계와 제도 | 오토캐드 |
| SoundCraft | 녹음과 오디오 편집 | 프로툴즈 |
합쳐서 열두 개다. 어도비 한 회사만 겨냥한 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오토데스크, 아비드까지 건드렸다.
전부 무료다. 계정도 없고, 사용량을 몰래 보내는 장치도 없다고 한다. 코드는 깃허브에 공개돼 있고 라이선스는 MIT와 Apache 둘 중 하나를 골라 쓰면 된다. 가져다 고쳐 팔아도 되는 조건이다.
나온 지 2주 된 물건이다
개발자 브랜던 토머스가 작업을 시작한 게 9월 30일 무렵이고, 열흘쯤 뒤인 10월 초에 공개했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이 10월 13일이니 세상에 나온 지 일주일 남짓, 첫 줄을 쓴 지 2주 된 물건이다. 그 사이에 앱 일곱 개가 나왔다.
전체 커밋 5,031개 — 그중 약 77%를 Claude Opus 5.5 가 작성
PhotoCraft 코드 244,000줄 이상
자동 테스트 1,700개 이상
깃허브 별 공개 일주일 만에 22,000개 이상
커밋은 코드를 고치고 기록하는 단위다. 5,000번 넘게 고쳤고 그 넷 중 셋을 사람이 아니라 AI가 썼다는 뜻이다. 개발자는 AI 에이전트가 할 일을 스스로 골라서 코드를 쓰고 테스트를 만들고 앱을 직접 띄워 확인하게 해 뒀다고 한다.
그런데 만든 방식도 요즘 흔한 쪽이 아니다. 전부 Rust 라는 언어로 처음부터 짰다. 요즘 데스크톱 앱은 웹 기술을 껍데기만 씌워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그걸 안 썼다. 윈도우·맥· 리눅스에서 각각 네이티브로 돈다. 그래서인지 뜨는 속도가 눈에 띄게 빠르다는 평이 여러 곳에서 나왔다.
사진 쪽은 어디까지 되나
내가 깐 건 PhotoCraft와 LightCraft 둘이다. 열어 보니 화면은 멀쩡했다.

먼저 눈에 띈 건 한국어가 전부 들어가 있다는 점이었다. 오픈소스 대체 도구는 영어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메뉴부터 패널 이름까지 한국어로 나온다. 레이어·채널·패스, 색상·색상 견본·그레이디언트·패턴, 속성·조정. 포토샵 쓰던 사람이 보면 패널 이름이 거의 그대로다.
브러시를 고르면 위쪽 옵션 줄에 모드·불투명도·흐름·매끄럽게가 뜬다. 이것도 순서까지 같다. 작업 영역을 「필수」로 전환하는 것까지 있다. 포토샵을 쓰던 손이면 어디에 뭐가 있는지 찾을 일이 없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만든 쪽이 밝힌 완성도가 이렇다.
PhotoCraft 전문 작업 기준 25~35%
LightCraft 전체 61% · RAW 현상을 주로 하는 사람 기준 49%
아이폰 사진(HEIC)을 못 열어서 JPG로 바꿔야 한다는 보고가 있다. 사진을 폰으로 찍어 넘기는 쪽이면 한 번 걸릴 자리다.
LightCraft 쪽은 좀 더 구체적인 숫자가 공개돼 있다.
호환성에서 보면 RAW 쪽 준비도를 56% 정도로 보고, 카메라에 따라 또 갈린다. 소니·파나소닉·후지는 60%, 니콘은 55%쯤으로 잡아 뒀다. 캐논 CR3는 바디 세 종에서 확인했다는데, 압축 ORF나 HE NEF는 아직 미리보기만 열리고 RAW 본체를 못 읽는다고 한다.
색도 그대로 믿기는 이르다. 소니 ARW, 니콘 NEF, 파나소닉 RW2는 카메라가 만든 JPEG 색에 맞춰 출발하고 나머지 RAW는 중립값에서 시작해서, 사진이 밋밋하게 보일 수 있다고 한다.
라이트룸과 같은 숫자를 넣어도 결과가 다르게 나온다는 이슈가 깃허브에 올라와 있기도 하다. 노출을 올리면 라이트룸보다 더 많이 가고, 블랙을 내리면 더 어두워지는 식이다.
쓸 만한가?
먼저 써 본 사람들 얘기는 화면이 버벅이고, 도구가 중간에 멈추고, 단축키가 안 먹고, 글자 편집이 깨진다는 보고가 이어졌다. 평이 갈리는 것도 특징이다.
「2주짜리 프로젝트치고 놀랍다」는 쪽과 「해 보려던 게 거의 안 됐다」는 쪽이 같이 있다.
베낀 건 괜찮은가
열어 보면 알겠지만 어도비의 인터페이스를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 메뉴 구조도, 도구 배치도, 단축키도 비슷하다.
만든 쪽은 어도비 코드를 보지 않고 겉으로 드러난 동작만 보고 새로 짰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 오래 쓰이는 방식이기는 하다. 런처 맨 아래에도 「이 이름들은 각 앱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설명하려고 쓴 것이고, 어느 회사와도 제휴·후원 관계가 아니다」라는 고지가 깔려 있다. 상표권을 의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도 국내에서 저작권 경고나 법적 대응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어도비가 공식 입장을 낸 것은 아직 없다.
개인 작업이면 지금도 쓸 만하다
앞에 적은 숫자들은 전문 작업 기준이다. PhotoCraft 25~35%, LightCraft 49% 같은 것들은 「이걸로 밥벌이가 되는가」를 물은 값이다. 그 기준이면 아직 아니다.
그런데 내가 하는 작업은 대부분 그 기준이 아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비슷할 것이다. 사진 한 장 잘라서 밝기 좀 올리고 글자 얹어 내보내는 정도다. 그 정도라면 지금도 충분히 쓸 만하다고 본다.
그렇게 보면 개인 작업자 입장에서는 셈이 또 다르다.
- 공짜다. 어도비는 가장 싼 단일 앱도 매달 돈이 나간다
- 한국어가 된다. 무료 대체 도구에서 흔한 조건이 아니다
- 가볍다. 뜨는 속도가 빠르다는 평이 여럿 있었다
- 포토샵을 쓰던 손이면 다시 배울 게 거의 없다
다만 안 되는 쪽도 분명하다. RAW를 본격적으로 현상하거나, 레이어를 쌓아 며칠에 걸쳐 작업하거나, 플러그인을 붙여 쓰던 사람은 아직 기다려야 한다. 일로 쓰는 사람이라면 중요한 건은 쓰던 걸 그대로 두는 쪽이 맞다.
여기서 눈여겨볼 이유가 하나 더 있다. 2주 만에 24만 줄이 나왔다는 사실 자체다. 완성도가 30%든 아니든, 혼자서 이 덩치를 이 속도로 만들어 낸 일이 전에는 없었다. 개발자는 99% 따라잡는 데 몇 년이 아니라 몇 달이 걸릴 거라고 했는데, 그 말이 맞는지는 몇 달 뒤에 알게 될 것이다. 지금 안 된다고 적어 둔 것들이 다음 달에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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